퇴근 후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켠다. ChatGPT를 열고 한 줄을 친다. “@Tubi 오늘 밤 볼 만한 90분짜리 스릴러 있을까?” 답이 돌아온다. 추천 목록 세 편, 그 자리에서 재생 버튼. 다른 앱을 열 필요는 없다. 4월 8일,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Tubi가 ChatGPT 앱스토어 최초의 스트리밍 네이티브 앱을 띄운 날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이게 단순한 신기능 발표가 아닌 이유가 있다. ChatGPT가 운영체제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챗봇 안의 챗봇’에서 ‘챗봇 안의 진짜 앱’으로
OpenAI는 2024년 말 GPT 스토어를 열었지만, 그건 사실상 프롬프트 컬렉션에 가까웠다. 누가 만든 GPT를 골라 들어가도 결국 텍스트 응답이 전부였다. 2025년 말 등장한 네이티브 앱(Native Apps) 개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핵심 차이는 액션(Actions)에 있다. 이전 GPT는 말을 만들어 냈고, 네이티브 앱은 행동을 한다. 예약, 결제, 재생, 구매 같은 실제 동작이 ChatGPT 창 안에서 끝난다.
왜 하필 Tubi가 첫 타자였나
흥미로운 건 Netflix도, Disney+도 아니고 Tubi였다는 점이다. Fox Corporation 산하의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30만 편 넘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무료로 푼다. 유료 구독 모델인 거대 OTT들은 ChatGPT를 통한 재생이 자기 앱 수익 구조를 위협한다고 본다. 반대로 Tubi는 광고 모델이라 노출이 늘어날수록 이득이다.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첫 후보가 Tubi였던 셈이다.
사용자 흐름은 단순하다. ChatGPT 대화창에서 @Tubi를 멘션하고 자연어로 요청하면, 모델이 Tubi 콘텐츠 DB를 조회하고 추천 목록을 보여 준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누르면 그대로 Tubi 플레이어가 열린다. 이 한 사이클이 ChatGPT 한 화면에서 끝난다는 게 핵심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본 진입 장벽
네이티브 앱은 OpenAI의 Actions와 Plugin Manifest 구조 위에서 돌아간다. 기술적으로 보면 OpenAPI 스펙(openapi.yaml)을 따르는 REST API만 있으면 된다. 이 스펙을 OpenAI Developer Portal에 등록해 두면, ChatGPT가 사용자의 요청을 보고 언제 어떤 API를 호출할지 스스로 판단한다. 서버 쪽 코드는 일반적인 REST API 개발과 다를 게 없다.
현재는 OpenAI 심사를 거쳐야 등록이 가능하고, 노출 대상은 ChatGPT Plus·Team·Enterprise 구독자다. Free 플랜으로의 확대는 예정 단계다. 진입 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이 의미 있다. 이미 외부 서비스 API를 운영 중인 팀이라면 며칠이면 프로토타입을 띄울 수 있다.
한국 사용자에게 진짜 의미
지금 당장 한국 서비스의 ChatGPT 앱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Tubi가 만든 선례 위에서 두 가지 길이 보인다. 하나는 글로벌을 노리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새로 열린 배포 채널이다. App Store와 Play Store 외에 ChatGPT 안이 또 다른 진입점이 됐다. 다른 하나는 사내 도구 쪽이다. 사내 GPT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회사 시스템 API를 ChatGPT 앱으로 등록하면, 직원들이 평소 쓰는 ChatGPT 안에서 그대로 사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두 시나리오 모두 지금 시점에 실험할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지금 할 일
ChatGPT Plus 구독이 있다면 사이드바의 Explore GPTs에서 현재 어떤 앱이 올라와 있는지 한 번 둘러보는 게 첫 단계다. 개발자라면 platform.openai.com/docs/actions에서 Actions 개발 가이드를 훑어 두자. 자기 서비스에 맞는 연동 방식을 결정하려면 OpenAI Actions와 Anthropic 진영의 MCP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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