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엑셀 안에서 챗봇 흉내?” — 그렇게 시작한 의심이 무너진 이유
처음 ChatGPT for Excel 발표를 봤을 때 솔직한 반응은 의심이었다. Microsoft Copilot이 이미 엑셀 안에 들어와 있고, 구글은 시트에 Gemini를 박아 놨다. 여기서 OpenAI가 또 비슷한 사이드바를 하나 더 띄운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그 의심이 꺾인 건 숫자 하나 때문이었다. OpenAI 내부 투자은행 벤치마크 — 3-Statement Financial Model을 처음부터 만들고 포맷·인용까지 채우는 작업 — 에서 GPT-5의 점수는 43.7%였다. GPT-5.4 Thinking이 같은 벤치를 돌리자 87.3%가 나왔다. 두 배다. 이 정도 차이는 단순한 모델 업그레이드의 결과가 아니라, 도구가 아예 다른 카테고리로 넘어갔다는 신호에 가깝다.
설치 자체는 5분, 한국 사용자도 가능하다
현재 베타는 ChatGPT Business·Enterprise·Edu·Teachers·K-12 사용자 전 세계, 그리고 Pro·Plus 사용자는 EU 외 지역에서 제공된다. 한국은 EU 외라서 Plus 구독만 있어도 곧바로 시도할 수 있다. 엑셀의 삽입 → 추가 기능 → 스토어에서 ChatGPT를 검색해 설치하고, ChatGPT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사이드바가 뜬다. 별도 결제도, 별도 라이선스 키도 없다.
실제로 뭘 시킬 수 있는가
수식을 아예 안 쓸 수도 있다
“B열의 날짜가 이번 달이면 C열 매출을 합산하고 부서별로 나눠 줘”라고 한국어로 치면 SUMIFS·SUMPRODUCT 같은 복잡한 함수를 직접 만들어 셀에 넣어 준다. 더 흥미로운 건 디버깅 쪽이다. 기존 수식이 #REF! 오류를 내는데 왜 그런지 모를 때, 그 셀을 클릭하고 “이거 왜 안 돼?”라고 묻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VBA를 못 다루는 일반 직장인에게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 데이터의 영원한 적, ‘입력 형식이 다른 셀’
한국 회사의 명단·거래처 목록이 깨끗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 (주식회사), 주식회사가 같은 컬럼에 섞이고, 부서명은 띄어쓰기가 제각각이고, 날짜는 8자리·하이픈·점이 한 시트에 공존한다. ChatGPT for Excel은 이걸 행 단위로 처리한다. 1만 행짜리 명단을 통째로 정규화하는 데 사람의 손은 들어가지 않는다.
분류기·차트·피벗테이블도 자연어로
“이 컬럼의 상품명을 보고 의류·뷰티·식품·생활용품 중 하나로 분류해 줘.” 룰 기반 분류기가 잡지 못했던 모호한 사례까지 모델이 판단한다. 차트와 피벗테이블도 자연어 한 줄이면 끝이다. “부서별 월간 매출 추이 막대 차트로 만들어 줘”라고 치면 차트 종류부터 축 설정까지 알아서 한다.
그리고 본 게임, 재무모델
매출과 가정값만 넣어 두고 “손익계산서·재무상태표·현금흐름표 3종 모델로 만들고 각 항목에 인용 주석 달아 줘”라고 부탁하면 포맷팅과 인용까지 포함된 모델이 통째로 생성된다. 87.3%라는 벤치 점수가 가장 빛나는 영역이 바로 여기다. 반복적인 모델 작성에 매주 몇 시간씩 쓰는 직군이라면 구독 비용은 일주일 만에 회수된다.
같이 들어온 금융 데이터 통합
같은 시점에 OpenAI는 ChatGPT 안에 FactSet·Dow Jones Factiva·LSEG·S&P Global 같은 금융 데이터 소스를 직접 연결했다. 외부 데이터를 별도로 가져올 필요 없이 환율·주가·거시지표를 모델에 곧바로 결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엑셀에서 시나리오 분석을 돌릴 때 의미가 크다.
그래서 — VBA를 안 배워도 되는 시대가 진짜로 왔다
한국 직장인이 매주 엑셀에 쓰는 시간은 여전히 10시간을 넘는다는 조사가 매년 반복된다. ChatGPT for Excel이 겨냥하는 건 정확히 그 시간이다. 수식, 정리, 분류, 차트 — 사람이 가장 많이 반복하면서도 가장 적게 자동화한 영역이다. 더 이상 매크로를 배우지 않아도, 파이썬을 열지 않아도 된다는 변화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지금 할 일
엑셀의 추가 기능 스토어에서 ‘ChatGPT’를 검색해 설치한다. 가장 더러운 데이터 시트(회사명이나 부서명이 통일 안 된 컬럼)를 골라 “이 컬럼 정규화해 줘”부터 시도해 본다. 재무·통계 작업이 많은 사람이라면 사이드바에서 모델을 GPT-5.4 Thinking으로 명시적으로 바꿔야 한다. 일반 모델로는 87.3% 벤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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