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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 첫사용자는 가족 — Trains Out 첫 1센트까지의 기록

    이 글은 시리즈 2부다. 1부에서는 5시간 만에 게임을 만들고 앱스토어에서 거절당하기까지의 이야기였다. 2부는 그 거절 메일 이후부터 시작한다 — QA를 처음 도입하고, 두 번째 심사를 통과하고, 첫 1센트가 떨어지기까지. 그리고 그 1센트가 던진 이상한 질문에 대해서.

    거절 메일 한 통에 멈칫했다

    1.0의 거절 사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ATT 처리 버그. 둘째가 더 당황스러웠다 — 50개로 만들어둔 레벨 중 11번째가 풀이 불가능하다는 것. 심사원이 직접 iPad로 풀어봤는데 안 풀리더라는 친절한 설명이 함께 왔다. 재심사 시에는 ATT가 동작하는 모습을 실기기에서 촬영해 영상으로 올려달라는 요청까지. 거절치고는 따뜻한 거절이었다.

    1.1을 작업하면서 그제야 ‘QA’라는 단어를 처음 떠올렸다. 1.0 때는 이 정도 규모에 QA가 무슨 의미냐 싶었다. 그 자만이 정확히 어디서 깨졌는지 또렷하다. 거절 사유 두 가지를 꼼꼼히 짚으니 그 옆에 다른 것들이 줄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가로 3시간 정도가 더 들어갔다.

    QA를 하면서 게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부끄러운 사실이었다. 게임이 너무 쉬웠다. ‘왜 이걸 하지?’라는 질문이 본인 입에서 나왔다. 한 번은 그냥 접을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봤다. 침착해지니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손가락의 움직임, 첫 30초의 후킹, 손맛이라고 부르는 그 모호한 감각. 시니어 게임 PD 시절의 본능이 10여 년 만에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이 게임이 정말 재밌느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이 길어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고 방향성도 한 번 크게 틀었다.

    1.1을 다시 올렸다. 심사 대기는 2일. 코드는 5시간이었는데 사람의 검토 시간은 그 9.6배다. 이 비율 자체가 AI 시대의 비대칭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승인 메일을 받았다.

    출시하고 나니 ‘너무 대충 만들었다’

    승인의 기쁨은 짧았다. 1.1이 앱스토어에 올라간 그날, 본인 폰에서 게임을 켜자마자 든 감상 — 아무리 실험적이라도 너무 대충 만들었다.

    이틀에 걸쳐 이것저것을 손봤다. 광고를 한 번 보면 생명력 두 개를 주는 시스템을 넣었는데, 그 광고들 중 수위가 꽤 높은 것이 끼어 있었다. AdMob 콘솔에 들어가 보니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화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설정해야 할 것이 많고, 정책도 복잡하고, 여기서 또 시간이 갔다.

    손보고 나니 4세에서 9세 아이도 할 만큼 광고가 동화스러워졌다. 그게 1.2 작업의 결과 요약이다.

    첫 $0.01

    1.2가 올라간 뒤 어느 시점에 AdMob 대시보드의 숫자가 0에서 0.01로 바뀌었다.

    라인 버블 시절 8개국 앱스토어 1위를 만들었던 사람의, 10여 년 후 첫 매출이 1센트였다.

    그 1센트의 진짜 정체는 이거다. 첫 사용자는 와이프와 아이였다. 출시 직후에 두 사람이 폰을 켜고 게임을 했고, 그 광고가 1센트로 바뀌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출시 약 4일이 지났고 누적은 $10을 조금 넘었다. 사용자는 아직 거의 없다. 그게 솔직한 수치다.

    10여 년 전의 데자뷰

    본부장이나 CTO, CISO, CPO로 일하던 시절에는 정말 큰 결정을 하거나 수백 명의 방향을 잡아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나 혼자, 나만 생각하면서 일한다. 무게가 덜하고, 처음으로 내 위주로 생각하는 게 가능해졌고, 그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의 진짜 동기는 거기에 있었다는 걸 첫 1센트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라인 버블을 만들던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는 “누가 미국 인기 게임을 더 빨리 베끼나” 같은 묘한 챌린지가 있었다. Don’t Touch the Spikes라는 게임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나는 AI 도움 같은 것 없이 2~3시간 만에 그걸 베껴냈던 기억이 있다.

    10여 년이 지나, AI를 옆에 두고 같은 종류의 일을 5시간에 했다. 같은 일이지만 같지는 않았다. 그때의 2~3시간은 손이 빨라서였고, 지금의 5시간은 도구가 빨라서다. 그리고 그 도구를 끝까지 끌고 가려면 결국 손이 빨랐던 시절의 본능이 필요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나

    2부의 결론은 짧다. AI로 코딩은 가능한 시대지만, 상용화는 조금 다르다. 정책도, 게임성도, 광고 수위도, 자기검열도 — 전부 AI 단독으로 끝까지 갈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25년차 시니어일 때, AI는 정말 무서운 속도로 일한다.

    3부에서는 그 다음 이야기 — 출시 후 마케팅, HOL4B.com, 그리고 시작해버린 다음 실험들 — 로 이어진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

    AI로 만든 첫 빌드에 반드시 사람의 QA를 한 사이클 넣어라. 5시간 만에 만들었더라도 1시간은 본인 손으로 모든 화면을 굴려봐라. 시니어일수록 이 단계를 건너뛰기 쉽다. 그리고 AdMob을 마지막에 붙이지 말고 처음부터 광고 정책을 한번 훑어봐라.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어린이 카테고리라면 광고 등급을 직접 좁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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